<역사란 무엇인가>|역사가 BTS를 평가하는 법
100년 후 BTS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을까요?
그리고 이러한 BTS가 만드는 역사적 사실들이 우리와 사회에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역사를 새로 쓰고 있는 BTS과 함께
1961년도에 쓰여 졌음에도 벌써 고전이 되어버린 E.H.카의 <역사란 무엇인가>를 보겠습니다.
아마도 역사를 좋아하는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최근에 역사 관련 유튜브나 책들이 방대하게 또 재밌게 나오고 있습니다.
그런데 왜 우리가 역사를 배워야 하고, 역사가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지니는지 모르고 보셨다면,
그냥 할아버지의 재밌는 옛날 이야기를 듣는 아이로 남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란 무엇인가>는 우리에게 역사에 대한 관점과 철학을 던져주면서
우리의 상황을 구조적이고 체계적으로 인식하도록 도와줍니다.
이 책은 영화 변호인에도 나온 책입니다.
송강호 배우가 변호를 하면서 멋지게 책에 대한 설명을 다 해줍니다.
E.H.카는 영국의 외교관으로서 20여 년간 일했고, 소련에는 대사관으로 있었습니다.
14권이나 되는 소련사를 쓸 정도 쓰려던 것이 아니라 캠브리지 대학에서 강의한 내용이기에 예시나 인용이 많은 것 같습니다.
총 6장으로 이뤄져 있지만, 크게 1장, 2-4장, 5-6장, 3부분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1장. 역사가와 그의 사실들
더 의역을 하자면, 역사가와 역사가가 선택한 사실들이라고 바꾸면 더 좋을 것 같습니다.
먼저 역사란 무엇일까?라는 물음을 던지기 전에 우리는 역사가를 알아야 합니다. 이 책이 쓰여지기 이전까지 사실 역사가의 임무는 과거의 객관적인 사실만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됐습니다. 그러나 잘 생각해보면, 모든 사실이 역사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가령, BTS가 한국 가수 최초로 미국 빌보드 1위를 차지한 것과 지민 별명이 망개/침침/줴뭰쉐이고 A형이라는 것은 모두 사실이지만, 전자만이 50년 후 100년 후 역사가들 선택에 의해 역사적 사실이 될 것입니다. (물론 아미들에게는 사소한 것 하나하나가 역사가 되겠지만요^^)
즉, 100년 후, 200년 후 역사 속에서 BTS은 역사가의 ‘해석’을 통해 미디어나 증언, 책 등에 남은 여러 사실들 중 일부를 ‘선택’함으로써 만들어질 것입니다. 그렇게 보면 지금 우리가 배우고 있는 역사도 이미 누군가에게 ‘선택’된 ‘사실들의 조합’이며, 더 정확히 말해 우리가 배우는 역사는 ‘사실’ 그 자체가 아니라 ‘널리 승인된 일련의 판단들’입니다.
결론적으로 ‘역사’에 대한 정의을 내리자면 ‘역사’란 현재(역사가)와 과거(역사적 사실) 사이의 끊임없는 대화(해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2장 사회와 개인
역사가의 연구 대상은 개인이 아닌 사회가 되어야 합니다.
역사 안에서 사회 구조는 개인보다 큰 영향을 줍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의 연구대상은 BTS 멤버 개개인보다 BTS를 만든 사회 분위기, 시스템, 트렌드, 아미와 같은 사회구조가 되어야 합니다. 역사는 개인이 아니라 사회적 다수에 의해서 변화하며, 남준/석진/윤기/호석/지민/태형/정국 개개인이 역사 속 위인처럼 탁월할 수 있지만, 멤버 모두가 역사의 산물이자 개인으로서 사회에 참여하는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역사는 개인과 개인의 대화가 아니라, 현재의 사회와 과거의 사회 사이에 대화입니다. 그래서 역사는 이중적인 기능을 가지고 있는데, 인간이 과거의 사회를 이해하도록 돕는 동시에 다시 현재 사회에 대한 인간의 지배력을 강화해가기 때문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3장. 역사와 과학과 도덕
역사는 인문학적인 이야기가 아닙니다. BTS가 성공해온 과정들을 본 지금 시대의 사람들에게는 BTS의 음악에 대한 진정성과 노력, 멋진 성공스토리이지만, 시간이 흘러 이것이 역사적 사실이 됐을 때는 소속사와 소속가수, 팬덤 사이의 관계, SNS의 영향력 등 여러 인과관계를 통해 해석되고 과학적으로 분석될 것입니다. 가설을 통해 법칙을 찾으려고 연구하는 역사가의 방법은 과학자의 방법과 근본적으로 차이가 없는 것입니다.
역사도 과학과 같이 독자적인 사건들을 일반화하고 이를 통해 과거에서 현재를 배우고, 거꾸로 현재에 비추어 과거를 배우기도 합니다. 또한 때로는 미래의 사건에 대한 지침을 주기도 합니다.
역사도 과학이기에 2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개인에 대한 도덕적 판단이 아니라 제도, 정책 같은 사회 구조에 대한 판단을 내려야 합니다. 가령 히틀러의 개인적 악의에만 초점을 맞추면, 히틀러를 낳은 사회와 구조에 대한 면죄부를 줄 수도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우리는 만들어 역사가들에 대한 우리의 요구를 더 엄격하게 제시해야 합니다. 나아가 과학자나 역사가나 목적이 같다는 것도 이해해야 합니다. 역사가도 ‘왜?’라는 본질적인 질문을 통해 인간과 그 환경에 대한 연구를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역사가가 어떻게 문제를 제시하고 답해 나가야 하는지 4장에 나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4장. 역사에서의 인과관계
역사적 사실에는 인과관계가 존재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역사가는 끊임없이 ‘왜?’라는 질문을 던지며 원인을 연구해야 합니다. 2019년 10월에 미국 경제전문지 포브스에서 BTS가 한국 GDP의 0.2%에 해당하는 5조 이상의 GDP를 창출한다고 분석했는데, 역사가는 이러한 결과물의 원인을 연구해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2가지 관점에서 접근해야 하는데, 첫째로 BTS가 성공했다는 하나의 사건에 대한 여러 가지 원인을 제시해야 하고, 둘째로 여러 가지 원인들 중에서도 궁극적인 원인을 추려서 제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즉, 연구를 통해 역사적 사실에 대한 범위를 넓혀가면서 동시에 단순화해야 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건(결과)에는 이를 만드는 여러 요소들의 결합관계(원인들)이 있기에, 역사가는 여러 원인들 사이의 상하 관계, 즉 상대적 중요성을 가려내야 합니다. 역사가는 그가 입수할 수 있는 BTS에 대한 정보 범위 내에서 합리적인 설명과 해석에 필요한 부분들을 추려내야 하는 것입 니다. 그리고 이러한 과정에서 역사적 중요성을 판가름하는 기준은 역사가의 능력인데, 논리적 설명과 해석의 틀 속에 사실을 넣어 맞춰야 하기 때문입니다. 역사적 중요성에 대한 기준은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BTS을 통해 새로운 성공 모델을 원하는지, 사회에 경각심을 주고 싶은지, 그 시대를 찬양하고 싶은지...등등 목적에 따라서 어떤 원인이 중요한지, 중요성도 달라지는 것입니다. 역사는 단이 포함되는 영역입니다.
그 다음 5-6장이 정말 중요한데, 뛰어난 역사가들은 의식적이든 아니든 미래에 대해 깊이 느끼고 있습니다. 그래서 앞에 장들에는 역사가들의 ‘왜?’라는 물음에 대해 논의 했다면, 이제 역사는 ‘어디로?’ 향하고 있는지 물음을 던져보겠습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5장. 진보로서의 역사
역사는 계속해서 변해가고 완성되지 못한 미래의 어떤 것을 향해 나아갑니다. 그래서 퇴보의 시기도 있지만, 결국 역사는 진보를 향해 갑니다. 그러나 이 진보에는 어떤 종착점이 정해져있지는 않습니다. 인간들의 능력의 합과 창조성, 과학의 힘 등으로 인해 역사가 진보하는 방향이 전해지는 것입니다.
현재 BTS의 성장에 있어서도 어떤 종착점이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멤버들의 능력과 성장, 창조성, 아미들의 힘, 미디어의 영향력, 다양한 가능성들에 의해 진보할 것이며, 더 크게 보면 BTS 이후 훗날에 등장할 또 다른 가수들과 대중, 사회는 BTS를 통해 더 진보할 수 있는 것입니다.
화양연화 The Notes나 웹툰을 통해 세계관을 구축하며 앞으로의 방향을 잡아가고, 또 과거 BTS 음악을 해석하는 것처럼, 역사에서도 우리가 나아감에 따라 방향 감각과 과거에 대한 해석이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진화합니다. 미래만이 과거를 해석하는 열쇠가 되는 것입니다. 과거가 미래에 빛을 던지고, 미래가 과거에 빛을 던지는 것은 역사에 대한 합리화인 동시에 역사에 대한 설명이 됩니다.
그래서 1장에서 역사란 현재와 과거의 대화라고 했지만, 사실 역사란 과거의 여러 사건과 차차 나타나는 미래의 여러 목적간의 대화라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것입니다. BTS의 세계관을 책자와 웹툰, 뮤직비디오로 기록해 가는 것처럼 역사를 기록(기술)하는 것 자체가 진보하는 것이고, 또 여러 사건에 대해 끊임없이 통찰해 넓이와 깊이를 더해가는 과정에서 우리는 진보하는 것입니다.
1장의 내용처럼 역사가는 사실과 해석, 사실과 가치 사이에 서 있는 것이기에 정적인 역사는 무의미합니다. 역사는 그 본질상 변화이며, 운동이며, 진보입니다. 그리고 진정한 의미의 역사는 역사 그 자체에서 방향감각을 발견하고 그것을 수용한 사람만이 쓸 수 있는 것입니다.
역사란 무엇인가
6장. 넓어지는 지평선
역사란 인간이 이성을 활용해서 환경을 이해하려고 하고, 또 그 환경에 작용하려고 한 오랜 투쟁과정입니다. BTS 그 자체의 의미와 성공한 요인들을 이해하고 또 그것들을 통해 사회와 문화, 정치, 경제 등 다양한 영역에 영향력을 주는 것과 같습니다. 더욱이 현대에 와서 우리 인간은 BTS 외에도 주변 세계와 법칙들을 더욱 충분히 의식하게 됐습니다. 이러한 법칙을 중시했던 마르크스는 우리 역사가 결국 공산주의사회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역사의 방향성은 법칙처럼 정해져 있는 것이 아닙니다. 인간은 이성의 영역을 확대하며 환경을 이해하고 지배하는 능력을 키웠기 때문입니다.
5장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를 진보라고 표현할 수 있는데, 이렇게 이성을 사용할 줄 알게 된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기존에 역사 밖에 있었던 집단과 계급, 민족과 대륙이 역사의 내부로 들어왔습니다. 100년 전, 아니 10년 전만에도 빌보드에 아시아 가수가 1위를 알지 아무도 몰랐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이성이 발전하면서 사회와 인식이 변화하고 지구 반대편의 다양한 국가와 사람들의 존재도 중요해졌습니다. 서구의 역사가 지난 4백 년 동안 역사상 위대한 시기를 형성하기는 했지만, 이를 세계사의 중심으로 착각하면서 그 외의 요소들을 간과해서는 안 됩니다. 역사는 우리 역사 내부에 속한 현재의 사람들, 능력, 노력, 마음에 의해 미래 진보 방향이 결정되기 때문입니다. 진보는 단순히 기존 제도에 대한 단편적인 변화 뿐 아니라, 이성을 통해 사회를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려는 어려운 각오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역사가, 사회학자, 정치 사상가는 이런 작업에 투신하려는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BTS의 성장과정을 몸소 느끼듯이 지금 세계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우리는 변화하는 세계에 대한 감각을 가져야할 것입니다. 역사는 계속해서 움직이고 갈등하겠지만 밝은 방향으로 진보해 나갈 것입니다.
100년 후 BTS는 역사 속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할지, 그 시대의 사람들이 해석하겠지만, 동시에 우리 시대 사람들의 노력과 이성, 사회, 문화, 구조가 만드는 것이기도 합니다.그리고 이러한 BTS이 만들고 있는 역사적 사실들과 관점을 통해 우리는 우리와 사회에 끊임없는 질문들을 던지고, 우리가 가진 목적성에 따라 BTS과 과거를 해석해 가며 끊임없이 대화해 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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