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생책100권

존 스튜어트 밀<자유론> 160년 전 정의한 자유

인생책100권 2022. 11. 4. 18:21
반응형

 

 

서론


   약 160년 전에 쓰여진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은 마치 현재 우리 한국사회의 과도한 개인들의 확신들과 그에 대한 억압, 그리고 민주주의에 대한 불신이라는 모순점을 꼬집고 있는 것 같습니다. 밀은 무분별하게 남을 따라가는 몰개성과 반대로 확고한 자기 확신으로 타인의 권리를 짓밟는 현대사회의 비극을 이야기하며 진짜 자유란 무엇인지 이야기합니다.
    
   총 5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먼저 1장의 머리말에서 책을 쓴 목적과 자유의 영역을 정의합니다.


1장. 머리말


◎ 책의 목적

 

- 정치적 권력 제한
   자유와 권력의 다툼은 옛날부터 있어왔기에 우리에게 익숙합니다. 예전에는 최고 권력자가 행사할 수 있는 힘의 한계를 규정하며 자유liberty라는 용어를 쓰며 권력을 제한했습니다. 권력을 제한하는 방법에는 2가지가 있는데


   첫째로는, 정치적 자유 또는 권리라고 하는 어떤 불가침 영역을 설정한 뒤, 권력자가 이를 침범하면 피지배자들의 반란을 정당한 것으로 인정하는 것이고
   둘째로는, 국가가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 구성원 또는 그들의 이익을 대표하는 기관의 동의를 얻도록 헌법을 규정했습니다.
   이처럼 이전에는 지배자들의 권력의 제한에만 초점을 맞춰왔지만, 시간이 갈수록 선거라는 제도를 통해 지배자의 이익이 국민의 이익이 되고, 지배자의 의지가 곧 국민 전체의 의지가 되어야 하는 지배자와 인민이 하나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 개인의 자유 제한
   그래서 이제는 거꾸로 개인에게 사회가 통용되는 생각이나 습관을 법률적 제재 같은 방법으로 윽박지르며 행동 지침으로 받아들이도록 강요하게 되었습니다. 사회의 표준에 맞도록 사람들을 획일화 시키는 것입니다.


   그러나 집단의 생각이나 의사가 일정한 한계를 넘어 개인의 독립성에 함부로 관여하거나 간섭해서는 안 됩니다. 그런 한계를 명확히 하여 부당한 침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고 인간다운 삶을 유지하는 것이 정치적 독재를 방지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하지만 개인의 독립성과 사회의 통제 사이에서 적절한 접점을 찾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왜냐하면 시대에 따라서 답이 항상 다르고 관습이나 도덕 감정은 사람들이 지켜온 행동 규칙의 타당성에 대해 전혀 의심하지 못하게 만듭니다. 이러한 환경들이 사회가 요구하는 것들에 대해 따지기보다는, 사회가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해야 하는지 캐묻는 데 주력하도록 사람들을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목적은 사회가 개인에 대해 강제나 통제를 가할 수 있는 경우를 최대한 엄격하게 규정하는 것입니다. 인간 사회에서 누구든 자유를 침해할 수 있는 경우는 오직 한 가지, 자기 보호가 필요할 때뿐입니다. 이 경우를 제외하고는 문명사회에서 구성원의 자유를 침해하는 그 어떤 권력의 행사도 정당화될 수 없습니다.


   심지어 본인에게 더 좋은 결과나 행복을 주고 그것이 다른 사람이 볼 때 현명할 지라고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무슨 일을 시키거나 금지시켜서는 안 됩니다. 오직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주는 행위에 한해서만 사회가 간섭할 수 있고 본인에게만 영향을 미치는 행위에 대해서는 개인이 절대적인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즉 자신의 몸이나 정신에 대해서는 각자가 주권자인 것입니다.
    


◎ 자유의 3가지 영역


   그리고 자유의 기본 영역을 3가지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첫째내면적 의식의 자유! 즉, 우리가 실제적이거나 사변적인 것, 과학/도덕/신학 등 모든 주제에 대해, 또 넓은 의미에서의 양심의 자유, 생각과 감정의 자유, 그리고 절대적인 의견과 주장의 자유를 누려야 한다는 것입니다.
   둘째자신의 기호를 즐기고 자기가 희망하는 것을 추구할 자유! 우리 모두는 각각의 개성에 맞게 자기 삶을 설계하고 자기 좋은 대로 살아갈 자유를 누려야 합니다. 이러한 일이 남에게 해를 주지 않는 한 간섭해서도 안 되는 것입니다.
   셋째결사의 자유! 타인에게 해가 되지 않고 강제로 끌려온 경우가 아니라면, 모든 성인은 어떤 목적의 모임이든 자유롭게 결성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 3가지 자유가 원칙적으로 존중되지 않는 사회라면 결코 자유로운 사회라고 할 수 없는데, 오늘날 세계는 여론, 미디어, 법의 힘을 통해 개인에 대한 사회 통제를 과도하게 확대하려는 경향이 있습니다.
  


2장. 생각과 토론의 자유


   2장에서는 생각과 토론의 자유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합니다.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 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라는 명제를 제시하며 3가지 근거를 듭니다.
    
   첫째권력을 동원해서 억누르려는 의견이 사실은 옳은 것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은 완벽하지 않을뿐더러 절대적인 권한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또 시간이 지나다보면 이전의 수많은 의견들이 잘못되었을 뿐 아니라 우스꽝스러운 것이라고 판명 나는 경우도 많습니다. 현재 많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생각들 가운데 상당수가 미래의 어느 시점에서는 폐기될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 또한 소수의 의견을 변호할 기회를 주지 않고 다수의 의견이 절대적으로 옳다고 전제하며 역사 속에서 사람들을 탄압하는 데 이용되기도 했습니다. 실제 소크라테스라는 당대가 낳은 최고의 도덕적 인물을 아테나 사람들은 법정에 세우고 불경(不敬)과 부도덕이라는 죄목 아래 죽음으로 몰아넣었습니다. 또한 예수도 신을 모독했다는 이유로 사형 당했으며 종교 개혁에서 루터도 최소 스무 번 이상 진압 당한 것을 볼 때 진리가 박해 당한 숱한 사례들을 볼 수 있습니다.
    
   둘째기존의 생각이 틀리지 않고 옳은 것이라고 가정해보더라도 자유로운 토론이 없으면 그것은 살아 있는 진리가 아니라 죽은 독단이 되기 때문입니다.
   - 사람들이 각자 무엇을 믿든지 간에 적어도 상식적 수준에서 제기되는 비판에 대해서는 제대로 반박할 수 있어야 합니다. 상대방의 주장에 대해 자세히 알고 그 장단점을 꿰고 있지 않으면 왜 자신의 주장이 더 타당한지 설명하기 어렵기 때문에 심지어 악마의 편에 선 것처럼 보이는 사람까지도, 자유롭게 온갖 논리를 동원해서 자기주장을 펼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 또 자유 토론을 하지 않으면 그 주장의 근거뿐만 아니라그 자체의 의미에 대해서도 모르게 됩니다. 거의 모든 윤리적 이론과 종교적 신념이 이런 사실을 경험하는데 어떤 이론, 교리의 창시자들은 자신의 이론과 교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그것이 확장되면서 문제의식을 가지고 예민하게 반응하던 때가 지나고 검증할 필요성이 없어지면서, 마침내는 습관적으로 교리를 따르기는 하지만, 그 가르침 하나하나에 각별한 의미를 부여하지도 않습니다. 이런 것을 보고 어떤 작가는 “확정된 결론은 깊은 잠에 빠진다”라고 했습니다.
    
   셋째지금까지는 하나의 통설이 옳은 경우통설이 틀린 경우를 봤지만실제로는 대립하는 두 주장이 어느 정도씩 진리를 담고 있는 경우가 더 일반적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의 주장이 전적으로 옳은 경우는 거의 없습니다.
   정치에서도 보수와 진보 정당 둘 다 있는 것이 건전한 정치적 삶을 위해 중요하며, 두 가지 상반된 인식 틀은 각기 상대방이 지닌 한계 때문에 존재 이유가 있습니다. 상대편이 존재하기에 양쪽 모두가 이성과 건강한 정신 상태를 유지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리 삶에서 진리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서로 대립하는 것들을 화해시키고 결합시켜야 합니다. 따라서 대립하는 모든 주장에 대해 변론을 펼 수 있도록 하고 상대방 주장도 경청하도록 훈련되어합니다.
   


3장. 개별성


   3장에서는 행복한 삶의 중요한 요소인 개별성에 대해 강조합니다.
    
◎ 개별성의 필요성


   즉, 모든 위험과 불확실성을 본인 스스로 책임지는 한다른 사람에게서 일체의 물리적·도덕적 방해를 받지 않고 각자 생각대로 행동하는 자유가 필요합니다.
   어떤 종류의 행동이든지 정당한 이유 없이 다른 사람에게 해를 끼치는 것은 강압적인 통제를 받을 수 있고 사회 전체가 적극적으로 간섭해야 하지만, 그저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 자기 스스로의 기분과 판단에 따라 행동한다면, 각자가 자유롭게 자기 의견을 가질 수 있어야 하는 것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책임 아래 남의 방해를 받지 않고 자기 생각에 따라 행동하는 자유가 허용되어야 합니다.
   누구든지 각자의 개성을 다양하게 꽃피우고 시도해보고 싶다면자기가 원하는 삶의 양식이 얼마나 가치 있는 것인지 실천해보고 각자의 개성이 발휘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긍정적 효과1 : 사회적 발전


   개별성이 지켜지면 크게 2가지의 장점이 있는데, 첫째로 사회적 발전의 측면이 있습니다. 남이 하지 않는 관례를 처음 만들고, 더욱 발전된 행동과 더 수준 높은 취향과 감각을 선보이는 사람들을 통해 사회 전체가 한 단계 더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것입니다. 이런 소수의 사람들이 세상의 소금과 같은 존재이며 천재는 언제나 소수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방식대로 살 수 있는 토양을 만들어주어야 합니다. 천재는 오직 자유의 공기 속에서만 자유롭게 숨을 쉴 수 있지만, 보통의 많은 사람들은 무관심합니다. 그러나 사실상 우리 주변에 좋은 것들은 모두 독창성이 뛰어난 사람들의 작품이기에 소수의 뛰어난 사람이 대중의 생각과 다른 방향으로 자유롭게 행동하고 살도록 장려해야 합니다.

 긍정적 효과2 : 개인의 행복과 발전


   두 번째 장점으로는 개인의 행복과 발전입니다. 누구든지 웬만한 정도의 상식과 경험만 있다면, 자신의 삶을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것이 가장 바람직합니다. 그 방식 자체가 최선이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방식대로(his own mode) 사는 길이기 때문에 바람직하다는 것입니다.
   인간은 양 같은 동물과는 다릅니다. 그리고 양이라고 해서 다 똑같지도 않습니다. 만일 사람들의 취향이 서로 다르다면, 그 이유만으로도 사람들을 하나의 틀에 맞춰서 획일화시켜서는 안 됩니다. 그런데 사람은 취향만 아니라 각자의 추구하는 정신적 발전도 다르기 때문에 그에 맞는 조건 또한 필요합니다. 식물들이 다 똑같은 환경에서 살 수 없듯이, 인간 또한 똑같은 도덕적 기준 아래서는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습니다.
   각자의 개별성이 발전하는 것과 비례해서 사람은 자기 자신에 대해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되면, 또 그로 인해 다른 사람에게도 더욱 가치 있는 존재가 될 수 있고 자기 존재에 대해 더욱 충만한 감정을 느끼게 되는 것입니다. 각 개인이 이처럼 의미 있는 삶을 영위하면, 개인들이 모인 사회 역시 더욱 의미 있는 존재가 될 것인데 사람들이 자기 성향대로 마음껏 살기 위해서는 각자 다름 삶을 사는 것이 허용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요즘은 아무도 하지 않는 것을 하다든가 남이 다 하는 것을 안 한다, 마치 그 사람이 아주 심각한 도덕적 잘못을 저지른 것처럼 비난의 대상이 되는데 지금이야말로 개별성의 중요성을 환기시킬 수 있는 최적의 시기입니다.


◎ 문제점1 : 무관심


   그러나 이런 원칙을 지켜나갈 때 부딪히게 되는 가장 어려운 문제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첫째는 사람들의 무관심입니다. 보통 사람들이 각 개인의 자발성이 얼마나 중요한 가치를 지니는지, 또는 그것이 왜 소중한지 그다지 생각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오늘날 인간의 삶의 모습에 만족하기 때문에 왜 다른 모든 사람들이 자기와 똑같이 살면 안 되는지 이해하지 못한다. 훔볼트(Wilhelm von Humboldt)는 각자의 개별성에 맞게 능력을 발전시키기 위해 모든 사람이 끊임없이 노력을 기울여야 하고특히 다른 사람을 이끌 지도자가 되려는 사람은 그 목적을 향해 언제나 눈을 부릅뜨고 바라보아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전통과 관습은 사람들의 경험을 너무 지엽적으로 만들고,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독특한 능력은 발전시킬 수 없게 만듭니다. 사람의 지각, 판단, 특이한 감정, 정신 활동 그리고 심지어 도덕적 선호와 같은 능력들은 오직 선택을 거듭하는 과정을 통해서만 단련될 수 있습니다. 자신의 삶을 설계하고 선택하는 사람만이 본인의 타고난 모든 능력을 사용하게 되는데 인간은 본성상 모형대로 찍어내고 그것이 시키는 대로 따라하는 기계가 아니라 생명을 불어넣어주는 내면의 힘에 따라 온 사방으로 스스로 자라고 발전하려 하는 나무와 같은 존재이기 때문입니다.
  
◎ 문제점2 : 획일화


    둘째는 획일화입니다. 사회가 개별성을 효율적으로 통제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개인의 충동과 선호의 과잉이 아니라 반대로 결핍이 인간 존재를 위협하는 것입니다. 이제는 사회에서 지위가 높은 사람부터 낮은 사람까지 모두가 적대적인 시선과 가공할 만한 검열의 위협 속에 살고 있어서 다른 사람에게 관계되는 일뿐만 아니라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일에 대해서조차, 개인이나 가족을 막론하고, 자신이 무엇을 더 좋아하는지, 자기 성격과 취향에 맞는 것은 무엇인지, 또는 어떻게 해야 자신의 타고난 최고·최선의 재능을 충분히 발휘하고 키울 수 있는지 고민하지 않습니다.
   대신 자신의 위치에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 자기와 비슷한 신분의 사람, 또는 경제적 여건이 비슷한 사람이 주로 무엇을 하는지, 자기보다 높은 위치의 사람이 즐겨하는 것이 무엇인지 궁금해 해서 따로 자신만의 고유 기질이라는 것이 아예 없습니다. 재미삼아 하는 일도,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는지 먼저 살피고서 따라하고, 군중 속에 묻혀 들어가기를 좋아합니다.
   


4장. 사회가 개인에 대해 행사할 수 있는 권한의 한계


◎ 사회적 권한의 범위


   지금까지는 개인의 생각의 자유와 개별성에 대해서 봤는데 그렇다면 각 개인은 자신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 주권을 행사할 수 있을까요? 그 한계는 어디이며 우리의 삶에서 개별성에 속하는 부분은 어디까지이고 사회에 속하는 부분은 또 어디까지일까요?
   사회에서 보호받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자신이 혜택을 받는 만큼 사회에 갚아주어야 한며 또 사회 속에 사는 한,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기 위해 2가지 행동 규칙을 준수해야 합니다.


   첫째명시적인 법 규정 또는 암묵적인 이행에 따라 다른 개인의 권리를 침해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각자는 사회를 방어하거나 사회 구성원이 공격이나 당하지 않도록 하는 데 필요한 노동과 희생에서 자기 몫을 감당해야 합니다. 이런 의무를 거부하는 개인이 있으면 사회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그것을 강제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개인의 행동이 다른 사람과는 아무 관계가 없고 단지 본인의 이익에만 영향을 미친다면 괜찮습니다. 이러한 원리가 타인의 행동에 대해 아무런 상관도 하지 않고 서로의 행복이나 성공에 관심을 가지지 않는 이기적인 무관심을 조장한다고 하면, 그것은 오해입니다. 오히려 이 원리는 우리 모두가 다른 사람의 이익을 위해 사심 없는 노력을 많이 기울여야 할 필요성을 강조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어느 누구도 나이가 충분히 든 사람이 스스로 자기 인생을 위해 선택한 일을 하지 말라고 말할 자격도 없습니다. 낭비벽 있는 사람이 가족을 부양하지 못해서 비난 받는 것은 가족이나 채권자에게 의무를 다하지 못해서이지 낭비벽 자체 때문은 아니고, 나쁜 취미로 가족에게 슬픔을 안겨주는 사람도 나쁜 취미 그 자체에 원인이 있기에 그 사람 개인에게만 관계되는 실수에 대해 비난할 수 없는 것입니다. 오직 어떤 행동이 다른 개인이나 공공에게 명백하게 해를 끼칠 때, 그 행동은 자유의 영역에서 벗어나 도덕이나 법률의 적용 대상이 됩니다. 누구보다도 본인이 자기를 가장 아끼고 잘 알기에 각 개인의 고유 문제는 그 사람의 개별적 자발성에 전적으로 맡겨야 하며 어떤 상황에서든 본인이 최종 결정권을 가져야 합니다.
    
◎ 감정의 표출은 가능


   그러나 자기 자신에게만 관계되는 자질이나 약점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들이 그에 대해 이런저런 감정을 품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아닙니다. 보기에 따라서는 천박하거나 타락한 사람들이나 좋아하는 취향이 있는데 이를 혐오의 대상 또는 경멸의 대상으로 간주하고 이렇게 대접 받지 않으면 그와 반대되는 좋은 자질을 전혀 구비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우리 자신의 개별성을 발휘한다는 차원에서 감정을 드러낼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또 주변 사람들에게 나쁜 영향을 줄 것 같으면 주위에 알려주는 것이 우리의 권리이며 의무이기에 이런 방식을 통해 그런 사람을 엄중하게 처벌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 사회적 권한의 부작용


   그러나 사회가 순전히 개인적인 행동에 대해 간섭해서는 안 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그런 간섭이 잘못된 방법으로 잘못된 곳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가령 소수의 사람들에게 관련된 행동에 대해 법으로서 군림하는 것은 옳을 때도 있지만 틀리는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이런 경우 공공 여론이라는 것은 대부분 아무런 관심도 없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기분에 따라 판단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개인에 대한 검열이 일정 수준을 넘어가지 않게 스스로 자제하는 사회가 있었을까요? 또 그런 문제점에 대해 사회가 고민해본 적이 있었습니까? 사회가 개인의 행동에 대해 간섭할 때, 그 사람이 사회의 주류와 다르게 행동하고 다른 감정을 품는다는 사실에 대한 분노 때문에 다른 생각을 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이러한 규찰대(moral police)라는 것이 누구도 부인하지 못할 개인의 자유까지 침범하면서 그 활동 영역을 확대해나가는 사례는 수없이 많습니다.


   단지 자신들과 종교적 견해가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 반감이 깊어지기도 하며, 미국에서 다수 대중이 꿈꿀 수 있는 수준 이상으로 화려하거나 고급스럽게 살면 많은 사람들이 곱지 않은 눈길을 주는데. 대중의 감정이 일종의 사치규제법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미국과 영국에서 발효 음료 제조를 법으로 금지할 때도 그러했으며 안식일 엄수에 관한 법도 있었습니다. 또 영국 언론이 몰몬교의 일부다처제 대해 가하는 무차별적 언어폭력도 있었습니다.
    


5장. 현실 적용


   마지막 5장에서는 실제 현실에 자유의 법칙을 어떻게 적용할지 제시합니다.
    
◎ 2가지 핵심 격률


   먼저 실제 사안들에서 적용 문제를 따질 때 다음 2개의 핵심 격률 사이에 균형을 취하면 올바른 판단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첫째각 개인은 자신의 행동이 다른 사람의 이해관계에 해를 주지 않고 자기 자신에게만 영향을 미칠 때 사회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눈에 어떤 사람의 행동이 불만스럽거나 옳지 않게 보일 때는 유일하게 충고, 훈계, 설득, 피하는 것만 할 수 있습니다.
   둘째다른 사람의 이익을 침해하는 행동에 대해서는 당사자가 당연히 책임을 져야하며 또 사회가 사회 전체의 이익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면그런 행동에 대해 사회적 또는 법적 처벌을 가할 수 있다.
    


◎ 실제 사례


   다음에 여섯 가지 실제 사례를 보면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입힐 때와 가능성이 있을 때 사회가 간섭할 수 있지만, 그런 간섭이 언제나 정당화될 수는 없습니다.
   첫째로 경쟁이 심한 시험에서 성공자는 상대방의 패배를 통해 과실을 얻지만, 결과가 어떻든 각자가 이런 방식으로 자기가 원하는 목표를 방해받지 않고 추구하는 것은 인류 전체에 이익이 됩니다. 이 때 사회가 경쟁에서 진 쪽 편을 들어 결과를 무효 처리할 수 있는 법적/도덕적 권리는 없습니다.
   둘째로 상거래는 사회적 행위입니다. 생산자와 판매자에게 완전한 자유를 줄 때 가장 싸고 높은 품질의 물건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러한 ‘자유거래’(free trade)의 원리에 제한을 가하는 것도 당연히 자유를 구속하는 것이고 나쁜 짓입니다. 비록 불량품 사기, 위험한 작업환경에 대한 조치에 대해서는 통제도 필요하지만, 거래를 간섭하는 것은 구매자의 자유를 침해하기에 자유롭게 두어야 합니다.
   셋째그렇다면 독약 판매에서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어느 정도까지 허용될까?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공권력이 당연히 해야 할 일입니다. 독약 판매 문제도 어떤 약품이 위험하므로 주의해야 한다는 딱지를 붙이도록 강제하는 것까지는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약품을 사는 사람이 그것이 독약인지 아닌지 알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없기 때문입니다. 또한 판매자가 거래가 이루어진 시간, 구매자의 이름과 주소, 판매 물건의 정확한 내용과 수량, 구입 의도를 물은 뒤 장부에 기록하는 것도 좋은 방법인데 그래야 나중에 그 물건이 범죄에 이용된다고 의심될 때 구매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이는 이 물건을 사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것이 아닌 적발되지 않은 채 나쁜 일에 사용되는 것을 어렵게 만드는 것이 목적입니다.
   넷째나아가 공공의 이익과 반대되는 이익, 도박장이나 술집 대해서는 어떻게 간섭을 해야 할까요? 국가가 그들에게 제약을 가하는 것은 정당한 일이고 또 그러다 보니 개인의 합법적인 자유를 어느 정도 침해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만약 주류에 세금을 부과할 경우 그것이 소비자의 삶에 크게 어려움을 주는지 고려해야하며, 사회질서를 어지럽히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게 문을 열고 닫는 시간을 지정하고 감독하고, 평화를 깨뜨리거나 그것이 반복되면 영업 취소를 할 수 있지만, 판매 가능한 맥주 양이나 술집 수를 제한하는 것은 이런 시설을 이용할 모든 사람에게 불편을 주기에 자유의 원리 면에서 옳지 않습니다.
   다섯째결혼의 관점에서는 어떨까요? 두 계약 당사자의 관계가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결혼처럼 제삼자가 존재하도록 만들었다면 양쪽은 그 제삼자에 대한 의무를 져야 합니다. 부모들은 어린 생명을 낳는 것 자체가 인간 삶에서 가장 큰 책임감을 요구하는 일이며 아이가 인간답게 살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따라서 다른 사람의 매우 중요한 문제에 영향을 줄 어떤 행동을 취하기 전에 반드시 이런 모든 사항을 염두에 두어야 할 것입니다.
   여섯째교육에 있어서 국가가 시민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교육을 받도록 요구해야 합니다. 그 다음으로 국가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관한 어려운 문제가 남는데 정부가 모든 아이들이 좋은 교육을 받도록 하지만 국민 교육의 전부 또는 상당 부분을 직접 담당해서는 안 됩니다. 지금까지 성격의 개별성, 의견과 행동 양식의 다양함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한 것처럼 교육의 다양성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교육을 일괄 통제하는 것은 사람들을 똑같은 틀에 맞추어 길러내려는 방편에 불과합니다.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에 대해 이런 저런 견해와 근거는 물을 수 있지만 결코 시민들에게 특정 방향의 편견을 불어넣으려 해서는 안 되는 것입니다.
    


◎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는 3가지 이유


   이제는 지금까지 이야기한 자유의 원리와 관계없이, 심지어 개인을 도와주는 것에 있어서도, 밀은 정부의 간섭을 반대하는 이유를 3가지 제시합니다.
   첫째정부가 하기보다 개인에게 맡겼을 때 그 일을 더 잘할 수 있을 경우가 있습니다. 어떤 종류의 사업을 할지, 누가 어떻게 그 일을 할지 결정하는 것은 개인적으로 직접 이해관계를 가진 당사자보다 더 적합한 사람은 없습니다. 이런 문제는 자유의 원리와 특별히 연관되지는 않지만 경제학자들이 충분히 다루었습니다.
   둘째일반 시민들보다는 공무원들의 능력이 앞서는 경우에도 인간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일반시민이 직접 어떤 일을 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왜냐하면 이런 과정을 통해 각 사람의 실무능력과 판단력, 지식 등 정신적 교육을 도모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국가가 해야 할 것이 있다면 각 개인들의 무수한 시행착오들을 통해 축적한 경험을 수집/보관/관리하며 다른 사람들의 불필요한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돕는 것이다.
   셋째정부의 간섭을 거부하는 가장 명확한 이유는 이미 비대해진 정부의 권력을 더 이상 강화시켜서는 안 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권한과 영향력이 계속 커진다면 시민들이 무능해지고 점점 정부나 정당의 눈치나 보는 존재로 전락되며 민주적 의회 제도가 발전한다 하더라도 이름뿐인 자유국가가 될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부가 해야 할 일은 무엇일까요? 인간의 자유와 발전을 방해하는 해악은 언제 발생하는지정부 기관이 너무 많은 일상 활동을 관할하지 않으면서권력 집중과 지적 능력을 통해 얻을 수 있는 이점을 어떻게 극대화할지? 이런 것들이 정치하는 사람들이 풀어야 할 가장 어렵고 복잡한 문제들입니다. 여기에는 답이 없겠지만, 효율성을 지키면서 최대한 권력을 분산해야 합니다. 또 정보는 가능한 중앙으로 집중시킨 뒤 그곳에서 분산시켜야 할 것입니다.
   국가가 시민들의 내면적 성장과 발전을 중히 여기기보다 사소한 실무 행정 능력이나 세세한 업무 처리를 위한 기능적 효율을 우선하면서 국가의 손바닥 위에서 말 잘 듣는 온순한 도구로 만들기 위해 시민들을 왜소한 존재가 되도록 끌고 간다면 안 될 것입니다.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의 2가지 핵심을 말하자면 전체 인류 가운데 단 한사람이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그 사람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은 옳지 못하다이것은 어떤 한 사람이 자기와 생각이 다르다고 나머지 사람 전부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일만큼이나 용납될 수 없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자유를 얻기 위한 노력을 방해하지 않는 한각자가 원하는 대로 자신의 삶을 꾸려갈 수 있어야 한다라고 볼 수 있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