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대학에 가는가
대학시절 시들시들하고 어정쩡하게 흘려보내고 마치 인생 막바지에 다다른 노인네의 시큰둥하고 휑한 눈이 있습니다. 또 스펙9종 세트를 만들기 위해 불안하고 초조하게 사는 대학생도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배움을 추구하면서 성숙해지고 무엇을 얻을지 보다 무엇을 기여할지 생각하는 대학생도 있습니다.
대학은 인생이란 긴 여정에서 목적지가 아닌 한 갈래의 선택입니다. 성공과 행복에 대한 정답이 아닌 더 깊은 질문을 할 수 있는 기회인 것입니다. 삶의 지혜를 기르고 바람직한 행동을 실천하기 위한 과정입니다.
왜 우리는 대학에 가야하고 대학에서 무엇을 배워야 하는가? 대학생뿐만 아니라 모든 세대는 어떻게 배우고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한 얘기를 하고자합니다.
◎ 1부. 길 잃은 대학
1장. 침묵하는 대학
2010년 9월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의에서 마지막날 오바마 대통령이 폐막 연설 후 돌발 제안을 했습니다. 한국 기자들에게 질문권을 준 것입니다. 그런데 기자들은 당황한 것인지, 아니면 뜻밖에 기회에 생각을 가다듬는지, 정적을 깨고 손을 드는 한국 기자는 아무도 없었습니다. 마치 우리에게는 질문도 답이 있는 것 같습니다. 영어 울렁증도 있지만 돌발 상황에 어떤 질문이 좋은 것인지 질문 자체에서도 답을 찾아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나 질문은 배움의 시작입니다. 질문을 통해 스스로 답을 찾고 학습 능력과 사고력, 호기심을 키워주기 때문입니다. 소크라테스의 교육도 질문하는 방식이었고, 뉴턴이 만유인력을 찾아낼 때도, 아기도 세상에 나와 “왜 하늘은 파래?” “아기는 어떻게 생겼어?” “땀은 왜 나?”라고 묻는 것을 볼 때 질문이란 인재의 중요한 자질이자 척도입니다.
오늘날 대학교 강의실을 어떨까요? 교수와 학생 사이에는 아무 상호작용이 없고 지명을 해야만 학생들은 겨우 대답을 합니다. 남들은 다 아는데 나만 모르지 않을지 두려워하며 질문을 꺼립니다. 이 문제는 비단 우리나라에서만 느끼는 현상이 아니고 외국으로 유학을 떠난 한국 유학생들도 똑같이 나타납니다.
한국 학생들은 아이인 채로 대학에 진학하고 영미권 학생들은 중고등학교 시절부터 스스로 학습하고, 끊임없이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쓰는 훈련을 통해 어른이 되어 대학에 입학합니다. 이 차이는 자기 주도성과도 연결 되는데 기업이나 사회에서 말하는 인재도 스스로 학습하고 문제에 부딪혔을 때 주도적으로 방법을 찾아가고 해결하는 사람입니다.
2장. 학점과 취업 경쟁에 내몰리는 청춘들
그러나 이런 문제에 봉착하는 것은 학생들의 문제만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학자금대출과 아르바이트, 학점, 취업이라는 상황 속에 혼밥, 아싸라는 신풍속에 내몰린 청춘들인 것입니다. 아침 일찍부터 도서관에 자리를 잡기위해 줄을 서고, 꿈을 찾기보다 취업 준비에 매달려 기업이 원하는 인재가 되어야 합니다. 2013년 한 대학가 게시판에는 ‘안녕들 하십니까’라는 대자보가 붙었고 대학가를 강타했습니다. 대자보는 지금과 같은 위기의 현실이 어디에서부터 시작했지만 묻는 것으로 시작해, 학생들이 많은 것들에 침묵하게 되었다고 말합니다.
이제는 혼합도 어색하지 않습니다. 각자 취업 관련해 준비할 것도 다르고 시간은 부족하기에 밥터디가 실용적입니다. 밥터디는 각장 공부하다가 모여서 밥만 먹는 모임입니다. 규칙적으로 밥은 먹지만 속내를 터놓는 친구가 되는 것은 사양하는 것입니다. 또 혼자 대학생활을 하는 아싸도 있습니다. 외롭지만, 이 시간을 견뎌내지 못하면 낙오자가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외로움마저도 밀어냅니다. 이제는 캠퍼스에 ‘사랑’도 사라져갑니다. 연애할 때도 사귀는 듯 안 사귀는 듯 가볍게 관계하기를 선호하며 ‘썸’만 탑니다.
◎ 2부. 인재란 무엇인가?
3장. 당신은 인재입니까?
이렇게 인재를 만들고 있지 못한 대학의 현실을 보며, 진짜 인재란 무엇인지 볼 때입니다. 실제 책과 다큐멘터리에서는 다양한 상황의 학생들의 사례를 제시하며 다음과 같은 이야기들을 제시합니다.
1. 인재는 바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알고,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그것을 즐기는 사람’입니다. 즉, 인재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을 바라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인재는 누가 만들어 주는 것이 아닌 스스로 자신이 누구인지 아는 것부터 시작하는 것입니다.
2. 회복 탄력성이 있는 사람입니다. 똑같은 환경에서도 사람이 실패하고 성공하는 차이는 ‘인생 대본’에 있습니다. 인생 대본이란 누군가 자주 말해 주어서 머릿속에 각인되어 있는 자신에 대한 대본입니다. 쉽게 포기하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부정적인 인생 대본이 있으며, 쉽게 포기하지 않는 사람의 머릿속에는 긍정적인 인생 대본이 있는 것입니다. 인생의 80퍼센트는 실패에 연속이며 실패를 묻어두면 계속 실패하고 실패에서 배우면 성공합니다. 실패나 위기, 역경에 대처하고 자신의 중심을 회복하는 회복탄력성은 인재가 가져야할 중요한 자질입니다.
3. 세상이 주입한 꿈과 껍데기에서 깨어나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것을 품는 사람입니다.
4. 완벽하지 않아도 좋으니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인내력과 책임감을 가진 사람이 인재입니다. 대기업과 고스펙이 인생의 최종 목적지도 아니고 궁극적으로 행복하기 위해 삽니다.
5. 기업에 인재상에만 나를 맞추지 말고 진정성이 있는 나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합니다. 나는 남들과 무엇이 다른지 자기소개서에는 진심도 녹아 있어야 합니다.
6. 다른 사람이 나를 어떻게 인식하는지 신경 쓰는 것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가져야 합니다. 남에 말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확신을 가지려면 내가 누구인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수없이 고민하고 답해야 합니다. 위기의 순간에도 무너지지 않는 자존감이 필요합니다.
4장. 인재란 내 안에서 태어나는 것
이렇게 나에 대한 판단을 외부에 두지 않고, 나를 알면서 자기 중심을 회복하는 인재가 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요?
1. 매일 규칙적으로 운동하기입니다. 인재는 타고난 머리나 재능이 아닌 살아가는 방식으로 결정되는 것입니다. 미국 대통령만큼 바쁜 사람이 있을까요. 하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이든 해외 순방지든 예외 없이 하루 1~2시간 운동하고 하루를 시작하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유능한 사람은 일을 하고 나서 여유 있을 때 운동하는 것이 아닌 운동하기 때문에 그 많은 일을 잘해낼 수 있는 것입니다.
2. 기억정리입니다. 기억을 정리하면 과거의 일을 들춰냄으로써 가치관이 충돌하는 상황마다 자신이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했는지, 무엇을 우선시하는 사람인지 알 수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현재까지 자기 인생에서 큰 사건을 떠올리고 자세히 쓰면 스스로에 대해 더 알 수 있습니다.
3. 나의 과거, 현재, 미래를 5분씩 배분하여 총 15분간 발표합니다. 특히 미래를 구체적으로 그려야 합니다. 이는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기 때문입니다.
4. 날마다 운동일기/다행일기/감사일기/선행일기/감정일기를 쓰며 나 자신을 긍정적으로 보는 연습을 합니다. 감사는 인생의 핵심인데, 심신 에너지와 회복탄력성이 증가하고, 인지적 유연성, 기억력, 면역, 업무수행력, 문제해결력, 통찰력, 창의력, 행복 등이 향상됩니다. 감사함을 느끼는 것이 바로 행복의 지름길인 것입니다.
5. 본인의 강점(또는 장점)을 50가지를 찾아 적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3~5가지를 선택해 설명하는데,성공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감점을 찾아 거기에 노력을 집중해야 합니다. 자기 강점을 아는 사람은 자기 중심이 서 있기 때문에 외부 평가에 흔들리지 않고 자기 미래를 창조해 갈 수 있습니다.
6. 하루에 3가지 질문을 합니다. 우리는 하루에 ‘점심은 무엇을 먹을지’ 일상적인 질문 외에 질문은 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재란 자기 삶의 국면에서 중요한 질문이 무엇인지 알고 스스로 답을 찾아가는 존재입니다.
7. 인생은 혼자가 아닌 함께 가는 것입니다. 1937년부터 75년간 하버드생 268명의 생애를 연구한 연구팀은 인간관계가 사람의 삶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밝혔습니다.
8. 생활의 반경을 넓혀 다양한 경험을 쌓기. 스스로 즐겁게 하고 싶어 하는 일을 추구하면서도 타인과 사회에 베풀며 살아갈 수 있어야 합니다.
◎ 3부. 진정한 대학
5장. 말문과 생각을 터라
그렇다면 진짜 인재를 기르는 대학은 어떠해야 할까요? 2008년 새뮤얼 김 씨의 컬럼비아대 박사 논문인 [한인 명문대생 연구]에 따르면, 미국 명문대에 입학한 한국 학생의 중퇴율은 44퍼센트라는 충격적인 결과가 있습니다. 한국에서 두각을 낸 학생들이 세계 명문대가 지향하는 방향에 맞출 수 없었기 때문에 빚어진 현상입니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학교에서 배웁니다.
실제로 학교에서 나왔던 문제들입니다. 하나의 정답 안에 우리의 프레임을 맞추는 것입니다. 초중고 12년 동안 우리는 끊임없이 정답이 있는 문제들만 풉니다. 그러나 세계의 명문대는 하나의 정해진 답을 신봉하기보다 스스로 질문하고 답을 찾아가는 창의적인 문제해결력을 중시하고 남과 의견이 달라도 당당하게 주장하는 태도를 키웁니다.
유치원과 초등학교 때 끊임없이 질문하던 한국학생들은 중학교 고등학교에 가면서 고난이도의 내용과 주입식 교육으로 일방적인 수업을 하며 질문이 사라집니다.
우리 대학이 향해야 할 곳은 어디일까요? 학생 수는 600명에 불과하지만 아이비리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는 세인트 존스 대학을 보면 그 답을 어느 정도 유추할 수 있습니다. 이 학교는 교과 과정은 간명하고 4년간 소크라테스, 플라톤, 단테, 흄 등의 100권의 책을 읽는 것이 커리큘럼의 전부입니다. 시험 공부가 아닌 생각 공부를 하는데 사실 4년 간 100권을 읽는 것은 쉽지 않습니다. 하루에 평균 300~400쪽을 읽어야 합니다. 그러나 학생들은 수업이 끝나도 아무도 일어나지 않고, 밥 먹으러 가서도 수업에서 했던 이야기를 계속 합니다. 수업시간에는 2명의 교수님이 들어오는데, 교수는 학생들의 말을 들을 뿐이고 간혹 질문을 던지기만 합니다. 수업에서 교수가 가장 똑똑한 사람은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런 책읽기와 토론을 통해 질문이 생기고 그에 대답을 하기 위해 공부하고,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기르는 것입니다. 즉, 공부는 ‘왜?’라는 질문을 가지고 배움의 과정에 참여하는 것입니다.
아인슈타인, 에디슨, 프로이트, 스티븐 스필버스, 스티브 잡스, 마크 주커버그 등 세계적인 인물의 공통점은 뭘까요? 모두 유대인입니다. 전 세계 인구의 0.2퍼센트인 유대인은 역대 노벨상 수상자의 22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유대인이 이렇게 탁월할 수 있는 것은 항상 궁금증을 가지고 질문을 많이 하기 때문입니다. ‘예시바 대학’은 뉴욕에 있는 유대인 명문 종합 대학인데 도서관에 가면 시끄러운 소음을 들을 수 있습니다. ‘하브루타’라는 말하는 공부법을 통해 파트너와 이야기하며 학습합니다. 내가 설명할 수 있는 지식이 진짜라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이렇게 말하는 공부와 조용한 공부의 차이가 나는 것은 ‘메타인지(metacognitive knowledge)' 덕분입니다. 이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하는 생각들(인지)를 바라보고 있는 또 다른 눈입니다. 즉, 나의 사고 능력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눈으로, 내가 아는 것과 안다고 착각하는 것을 구분하고 파악하는 능력입니다. 미국 버지니아 연구기관 NTL이 연구한 ’학습효율성 피라미드‘를 보면 서로 설명하는 것이 가장 효율적인 학습 방법인 것입니다.
6장. 성장을 위한 배움을 회복하라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 첫 시작은 이렇게 시작합니다. ‘All men by nature desire to know(모든 사람은 배우기를 원한다)’ 사람들의 호기심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고 지적활동으로 이어집니다. 최고의 교수는 학생입니다. 이러한 학생들의 지성을 자극하고 암기력이 아닌 생각을 평가하는 수업들이 생겼으면 합니다. 우리는 정답을 찾아 살아가지만 진짜 삶은 질문들이 모여 만들어집니다. 끊임없이 자신의 삶과 지적 호기심에 질문하고 지성이 성장했으면 합니다.
현실에 밀려서 ‘왜’라는 질문에 의문이 들다가고 파헤칠 시간이 없고 또 ‘왜?’라고 질문 하지 않아도 지장 없는 현실이지만 대학은 ‘왜’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도록 돕는 대학이 되어야 합니다. 사람은 질문을 하면 답하려고 하는 본능적인 욕구가 있습니다.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생각하고 참여하는 수업이 만들어져야 할 것입니다.
배운다는 것은
이 세상을 새로운 방식으로 볼 줄 알게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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